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31)
2023년 5월 28일
예수와 열두 제자의 최후의 만찬(마 26:17~28)
광림뉴스레터
▲최후의 만찬_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작품
“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유월절 음식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이르시되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 제자들이 예수께서 시키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준비하였더라” (마태복음 26장 17~19절)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 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마태복음 26장 26~28절)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마친 예수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틀 후면 유월절이다. 그때 내가 배반당하고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 이때 유대 지도자들은 산헤드린의 최고 지도자이며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집에 모여서 예수를 잡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들은 폭동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유월절 기간에는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무교절 첫날, 제자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유월절 식사를 어디에서 준비하기를 원하십니까?” 예수가 대답하였다.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면 한 남자를 만날 것이다. 그에게 가서 ‘네 집에서 유월절 만찬을 지키고자 한다’라고 말하여라.”
베드로와 요한이 예수의 지시를 따르니 과연 예수가 말한 그대로였다. 유월절 만찬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수는 그날의 만찬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만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자신이, 또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신(神)인 자신이 대신 죽는 것이다.
해가 진 후에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긴 식탁의 가운데에 예수가 앉았고, 열두 제자는 함께 둘러앉았다. 식탁에는 불에 구운 양고기와 누룩 없이 만들어 부풀지 않은 빵과 쓴나물, 붉은 포도주가 차려져 있었다.
모두가 식사하는 중에 예수가 말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내게 음모를 꾸미는 무리에게 나를 넘겨줄 것이다.” 제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로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예수에게 묻기 시작했다. “저는 아니겠지요, 주님?” 모두 ‘저도 아니지요?’라고 서둘러 물었다. 그때 예수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나를 넘겨줄 사람은 식탁에서 내게 음식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내가 배반당하는 것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를 배반하여 넘겨줄 그 사람은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예수의 말을 가룟 유다도 알아들었다. 그러나 이미 사탄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예수를 배반할 준비가 되었다. 이미 배반자로 돌아선 유다가 예수에게 말했다. “저는 아니겠지요?” 유다를 바라보며 예수는 말하였다. “유다야, 네가 하려고 한 일을 하여라.” 가룟 유다는 예수의 말을 듣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드디어 때가 왔다. 이제 가룟 유다와 함께 대제사장의 부하들이 올리브산 겟세마네로 와서 예수를 잡으러 올 것이다.
예수는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달라고 하여 허리에 둘렀다. 그 다음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고,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베드로의 순서가 되자 그는 거부하며 말했다. “주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합니다.” 베드로는 감히 존경하는 스승에게 차마 자신의 발을 닦이는 것이 황송해서 거절한 것이었다. 그러자 예수가 베드로에게 말하였다. “베드로야, 내가 너를 씻기지 않으면 너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에 베드로는 다시 말하였다. “주님, 그렇다면 제 발만 씻지 말고, 제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이미 목욕한 사람은 이제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다.”
베드로에게 답변한 예수는 모든 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이제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모범을 보였으니, 너희도 그대로 행해야 한다. 복된 삶을 살아라!” 제자들의 발을 씻어 준 예수는 다시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었다.
“이것을 받아서 먹어라.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하나님께 감사드린 후 제자들에게 주었다.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흘리는 내 피다. 너희들과 새로 맺는 피의 계약이다.” 예수는 빵에 이어 붉은 포도주를 잔에 부어 한 사람씩 받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마실 새날까지, 내가 이 잔으로 다시는 포도주를 마시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찬송을 부르며 최후의 만찬을 끝내고, 감람산으로 갔다.
▼ 하나님의 어린양_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불린다.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이라고 말하였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세상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하시는 어린양이라는 의미이다. 기독교인이 전하는 복음이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오셔서 인류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가셨다’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유월절 닷새 전에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은, 이미 구약 성경에 예언된 것이었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유월절의 어린양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줄에 묶인 양’을 묘사한 것으로, 17세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활동한 화가인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이 그렸다. 그는 어두운 배경에 정물과 인물들을 그려 넣어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그림도 모든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양 한 마리만 그려 넣어 강한 여운을 남겼는데, 마치 ‘겸손한 신앙인’의 자세를 설파하는 듯하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