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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

이익상목사와 함께하는 이스라엘 성지순례 이야기

성지순례 이야기 2

실로암

2007년에 발굴된 실로암 못 (물저장고)

2007년에 발굴된 실로암 못 (물저장고)

예수님께서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고치셨습니다. 땅에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 사람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셨습니다.(요 9:6-7)

북왕국 이스라엘이 멸망하던 무렵, 유다의 왕 히스기야는 이스라엘 패망의 길을 유다도 똑같이 걷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앗시리아의 산헤립이 유다를 정벌하기 위해서 내려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심심치 않게 히스기야의 귀에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기드론 골짜기와 힌놈 골짜기가 만들어낸 천혜의 절벽으로 둘러싸인 예루살렘은 성의 북쪽만 막아내면 되는 견고한 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루살렘 성에도 한가지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온 예루살렘 주민에게 공급되어야할 물의 근원인 기혼샘이 성 밖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히스기야는 만약의 침공을 대비해서 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혼샘의 물을 예루살렘 성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하게 됩니다. 기혼샘에서부터 지하로 물길을 만들어서 예루살렘 성 남쪽에 대규모의 물저장고를 만드는 것이지요.(대하 34:2-4)

히스기야 터널 입구

히스기야 터널 입구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히스기야는 기혼샘에서 흘려 보낸 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이 물저장고를 ‘실로암’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히브리어로 ‘보내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하지만 늘 유다왕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쟁이 없던 시절에는 이 실로암을 정결욕조로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에 올라가기 위해서 백성들은 반드시 자신을 정결하게 하는 정결예식을 해야했는데, 정결예식은 정결욕조라고 불리는 물을 담아두는 공간에 옷을 벗고 들어가서는 온 몸을 물속에 담갔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성전에는 수 많은 사람이 늘 붐비었습니다. 그리고 명절 때에는 수 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었습니다. 성전의 주변에 많은 정결욕조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한꺼번에 몰려드는 사람을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그래서 실로암은 대규모의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정결욕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고치셨습니다. 땅에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 사람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셨습니다.(요 9:6-7) 우리말 성경에는 ‘못’이라고 되어있지만, 물 저장고이지요. ‘왜 다른 곳이 아니라 실로암일까?’ 생각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의도는 아마도, 정결욕조로 사용되고 있는 ‘실로암에서 눈과 몸을 씻고 성전으로 올라가서 제일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명령이 아닌가 합니다.

실로암과 성전 사이를 오가던 예수님 당시의 길

실로암과 성전 사이를 오가던 예수님 당시의 길

이제 곧 가을이 시작되면, 대한민국은 수능시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수능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수능생들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하겠지요? 그동안 새벽기도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도 자녀들을 위한 열정적인 기도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던 교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 뿐인줄 아십니까? 자녀들의 학교가 발표되고, 합격통지서를 두 손에 받아들면 이 모든 결과는 다 ‘우리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라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밤낮을 함께한 부모의 열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험 전에는 자녀들에 담대함과 지혜를 달라고 목사님들을 찾아와 안수기도를 받다가도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서 교회를 찾아와서 이 모든 결과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에 가능했노라고 말합니다. 또 청년의 때를 신앙 위에 보내겠노라고, 너무 감사하니 기도해달라고 안수기도를 받으러 온 이들을 아직까지 저는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로암에서 고침을 받았던 그 사람은 그 길로 하나님께 예배와 감사를 드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는데(요 9:28), 오늘 우리는 그 길로 못 본 척,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난 원래부터 앞을 잘 보았던 사람인 양, 예수님을 떠나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실로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