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현장
기대에 부응하는 삶
2020년 8월 9일
목회현장
- 최새힘 목사(2선교구)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 저의 모교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의 교훈입니다. 이 학교의 대표적인 전통은 1956년부터 이어져온 무감독 고사입니다. 학교 성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고등학생들에게 감독관 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고, 각자의 양심에 결과를 맡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밀어붙였던 것은, 우리 제자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양심을 지킬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기대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4교구에 모 성도님께서 운영하시는 중식당에 심방 차 방문하였습니다. 분주한 점심시간이 되자, 10평 남짓의 가게는 이내 손님들로 가득 찼습니다. 불경기 속에서 감사할 상황이건만, 현실을 보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성도님 혼자 가게를 운영하시다보니, 홀서빙은 물론, 카운터 조차 봐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많은 주문을 어떻게 혼자 다 감당하실까? 혹여나 우리 성도님 컴플레인을 들을까 불안해졌습니다. “이러다 급하면 전도사님이 서빙하고, 내가 카운터를 봐야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던 찰나, 한 손님이 잘 먹었다며, 선반에 놓인 금고 바구니에 돈을 넣고, 그 안에서 거스름돈을 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손님도 알아서 돈을 넣고, 알아서 잔액을 챙겨갔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손님들이 행주를 가져다가 본인이 식사했던 자리를 깨끗이 닦고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인은 손님에게 양심을 기대하고, 손님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아름다운 모습. 이 풍경이 가게 곳곳에 진열된 우리교회 역대 심방 선물들과 한데 어우러지니 마치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오늘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선택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다 백성들에게 정의와 공의를 기대하셨던 하나님께서(사5:7), 오늘 저와 여러분의 선택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단순히 명령에 반응하는 기계가 아닌, 선택의 자유를 가진 자녀로 만드신 것은 그만큼 우리를 향한 기대와 사랑이 있으신 까닭이 아닐런지요. 우리의 양심을 발휘하고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 그 기대에 부응할 때, 우리의 인생은 멋진 전통이 되며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입니다.
“여호와여 나를 살피시고 시험하사 내 뜻과 내 양심을 단련하소서” (시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