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26)
2023년 2월 12일
향유 옥합을 깨뜨린 마리아(요 12:3)
광림뉴스레터
▲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_ 유월절을 맞이해 예수 그리스도가 어린 나귀를 타고, 그의 제자들과 함께 유대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는 모습이다. 장 히폴리테 플랑드린의 작품
그들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가서 감람산 벳바게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두 제자를 보내시며 이르시되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하면 곧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 하시니 이는 선지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마 21:1~5)
예수와 제자들은 베다니에서 안식일을 보낸 후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베다니에서 죽은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일이 알려지면서 예루살렘은 물론 곳곳에서 예수가 메시아인 것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온 수천 명의 사람은 메시아라고 믿고 있는 예수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예수는 예루살렘 근처의 올리브산 벳바게에 도착했을 때 두 제자를 보내며 지시하였다.
“벳바게 마을에 가거라. 거기에 아직 사람이 타지 않은 나귀 새끼가 있을 것이다. 내게로 끌고 오너라. 만일 ‘왜 그러느냐’고 누가 묻거든, ‘주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라고 하여라. 그러면 보내 줄 것이다.”
두 제자가 마을로 들어가니 과연 예수의 말대로 어미 나귀와 새끼 나귀가 매여 있었다. 예수의 지시대로 나귀 새끼를 풀자 그 주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왜 남의 나귀 새끼를 푸는 것이오?”
두 제자가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쓰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러자 주인은 흔쾌히 승낙하였다.
드디어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가 왔다. 한 제자가 자기 겉옷을 벗어 나귀 등에 얹었다. 예수는 나귀 새끼에 올라탔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겉옷을 벗어 길 위에 펼쳤다. 구약 시대 선지자 스가랴의 예언대로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와 길 위에 자기 옷을 펼쳐 놓고는 예수를 왕으로 맞이했다. 군중들은 예수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생각했다. 예수가 전능자의 능력과 권세로 로마 제국을 물리치고 자신들을 해방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를 환영하는 예루살렘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그들은 깃발을 대신하여 나뭇가지를 꺾어 흔들며 예수를 환영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다윗의 자손(‘메시아’를 뜻함)이여, 호산나(Hosanna,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로, 찬양의 표현임)!”
“복되도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왕을 맞이하는 듯한 열광적인 모습에 예루살렘 전체가 크게 동요했다.
그러나 군중 속에서 예수를 싫어하는 바리새인들은 걱정하면서 분노하였다. 몇몇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당신의 제자들을 단속하십시오.”
그러자 예수가 대답하였다.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대신 소리쳐 찬양할 것이다.”
마치 왕처럼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곧바로 성전으로 갔다. 그러나 성전은 환전상들의 호객과 제물에 바칠 짐승을 거래하는 소리로 북적였다. 화가 난 예수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지 시장터가 아니다. 그런데 성전을 도둑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서 예수는 환전상들의 상을 뒤엎으며 그들을 모두 쫓아냈다. 그제야 눈먼 사람과 다리를 저는 사람들 등 병자들이 들어설 자리가 생겼다. 예수는 그들을 모두 치유해 주었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를 줄곧 지켜보던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아이들이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예수에게 따져 들었다.
이에 예수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내가 아이들과 아기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찬양의 집을 꾸미겠다’고 하신 말씀을 읽어 보지 못했느냐?”
책망이 섞인 예수의 답변에 대제사장 무리는 할 말을 잃었다. 예수는 진저리를 내며 예루살렘을 떠나 베다니로 갔다.
▲ 예루살렘 입성_ 작품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 자신의 겉옷을 벗어 길에 펼쳐 놓는 사람들, 종려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흔드는 사람들 등 열렬한 환영의 모습이 담겨있다. 뒷배경의 나뭇가지를 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을 더욱 생기가 넘쳐나게 한다. 종려나무는 승리를 상징하는데, 이것은 죽음으로부터의 승리, 즉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뒤따르는 제자들의 머리에는 황금색 후광이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후광에만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린 프레스코화이다. 지오토 디 본도네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