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_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의 세금 문제로 시험하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였다. 루벤스 작품

바리새인들이 예수가 로마법을 어기는 발언을 유도해서 그를 잡아 죽일 음모를 꾸몄다. 당시 유대를 지배하던 로마는 예수가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은 예수가 로마법을 어기게 하여 로마의 총독인 빌라도에게 고발할 심산이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진실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며,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솔직히 말해 주십시오. 로마의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예수는 바리새인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는 나라들은 모두 로마 화폐를 사용했고, 로마에 세금을 내야만 했다. 만약 예수가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유대 사람들이 반감을 보일 것이고, 로마에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하면 로마에 대한 반역으로 몰리게 된다. 당시 반역은 로마 총독이 사형에 처하는 큰 죄였다.
예수가 바리새인들에게 말했다. “왜 나를 속이려고 드느냐? 왜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느냐? 너희가 세금 내는 돈을 내게로 가져와라.”
그들은 예수에게 로마의 화폐인 데나리온 한 닢을 건넸다. 다시 예수가 바리새인들에게 말했다. “이 동전에 새겨진 얼굴이 누구의 얼굴이냐? 그리고 이 위에 새겨진 이름은 누구 이름이냐?”
이에 바리새인들이 대답했다. “로마 황제입니다.”
그러자 예수가 그들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면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드려라.”
예수의 대답은 로마에도 유대인에게도 책잡힐 게 없는 절묘한 답변이었다. 말문이 막힌 바리새인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이번에는 지식이 풍부한 사두개인들이 예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모세는 말하기를, ‘남자가 자식 없이 죽으면 그 동생이 형수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줄 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 일곱 형제의 사례가 있습니다. 첫째 형이 결혼했는데 자식 없이 죽어서 그 아내가 동생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둘째도 자식 없이 죽었고, 셋째부터 일곱째까지 전부 죽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여자도 죽었습니다. 이 여자는 일곱 형제 모두의 아내였는데, 부활 때에는 누구의 아내입니까?”
사두개인들은 부활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질문에 예수가 대답하였다. “너희는 성경을 모르고, 하나님이 일하는 방식도 모른다. 부활 때에는 결혼할 일이 없으며, 사람들은 천사들처럼 되어서 하나님과 기쁨을 나눌 것이다. 성경에 이르되 하나님은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현재도 살아 계신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닌 ‘산 자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의 대답을 들은 사두개인들은 더는 질문하지 못하였으며, 이들의 대화를 들은 모든 사람은 예수의 가르침과 지혜에 크게 감동하였다.

가장 중요한 계명(마 22:37~40)
예수에 압도당한 사두개인들의 소식을 들은 바리새인들이 다시 예수를 공격했다. 그들 중에 한 율법 학자가 예수를 궁지에 몰고자 질문을 던졌다. “하나님의 율법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입니까?”
이에 예수는 말하였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계명이다. 또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계명은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다. 하나님의 율법과 모든 예언은 이 두 계명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예수의 명쾌한 답변에 질문한 율법 학자가 할 말을 잃자, 이번에는 예수가 바리새인들에게 질문했다. “너희는 그리스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가 누구의 자손이냐?”
바리새인들이 대답했다.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에게서 태어난다고 예언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되받아 물었다.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이라면, 다윗은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그가 동시에 다윗의 자손이 될 수 있느냐?”
예수의 질문에 기가 막힌 바리새인들은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성경 문자주의(文字主義, 성경의 문자 기록만을 절대화하여 기록된 그대로 따르는 것)에 빠진 그들은 예수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논쟁에서 또다시 체면을 잃기 싫어서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못했다.
예수는 제자들과 그 곁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율법에는 능통하다. 모세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너희는 잘못될 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행실을 본받는 것은 조심하여라. 그들은 말뿐이요, 그 말을 마음에 새겨 실천하지는 않는다. 모두 겉만 번듯한 가식이다. 그들은 너희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면서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여 도와주지 않는다. 그들은 잔치에 가면 상석에 앉고,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사람들이 치켜세우는 말을 좋아하고, ‘랍비’나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임받을 것이다. 바리새인들과 율법 학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그들은 위선과 가식이 가득한 사람으로, 하나님 나라의 문을 가로막아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 비록 그들의 겉모습은 깨끗하나 그 속은 더럽고 방탕하며 온갖 탐욕으로 가득하다.”
예수를 공격하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예수의 답변에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이들과의 논쟁을 듣고 있던 많은 사람은 예수의 가르침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 예수 그리스도와 유대 지도자들_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것을 방해하는 유대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민심이반을 염려해 예수를 제거할 음모를 꾸몄다. 목조 부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