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크랜튼 선교사가 1885년 조선 땅을 밟았을 때, 그의 곁에는 아내와 두 살 된 딸이 있었으며, 53세 된 어머니 메리 스크랜튼도 동행했습니다. 사실 윌리엄 스크랜튼 선교사가 조선 선교사로 결심한 배후에는 그의 어머니의 역할이 컸습니다. 처음 매클레이 선교사가 조선 선교사를 물색하고 있을 때, 스크랜튼 가족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크랜튼이 장티푸스에 결려 투병하는 동안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며 선교사로 헌신할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스크랜튼 대부인, 또는 시란돈(施蘭敦)으로 알려진 메리 스크랜튼은 40세가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하고 외아들이던 윌리엄 스크랜튼이 의사가 되기까지 돌봤으며, 아들이 오하이오에 병원을 개업하자 그곳에 와서 지역 감리교회의 해외여선교회 활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조선 선교사로 파송되어 여성들의 교육과 여성 빈민층 진료를 위한 선교 사역을 한 것입니다.
메리 스크랜튼은 가장 먼저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건립했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소녀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선교본부의 지원으로 서대문 바깥 쪽 언덕에 6천여 평을 확보하여 학교를 세웠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남자학교에 ‘배재학당’이라는 교명을 내린 고종황제는 스크랜튼 모자의 여자학교에도 교명을 내렸는데 ‘배꽃학교’라는 뜻의 ‘이화학당(梨花學堂)’이었습니다. 이화학당은 여자도 하나님 앞에서 남자와 같다는 남녀평등사상을 심어주었으며, 여자 고아들을 돌보며 가르치는 역할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없었지만 여자도 남자와 동등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랜튼 모자는 1888년 이화학당 언덕 아래 한국 최초의 부인병원인 ‘보구녀관(普救女館)’을 설립했습니다. 보구녀관은 “널리 여성을 구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여성간호사 학교와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인 박에스더를 배출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메리 스크랜튼은 1893년 이화학당의 교장직을 페인에게 넘겨주고 새로 개척한 남대문과 동대문 지역 선교에 전념했으며, 진명여학교, 상동지역 달성매일학교, 또 수원과 인천에도 학교를 세웠습니다. 선교사들로부터는 ‘어머니’, 한국 교인들로부터는 ‘대부인’이라 불리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