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38-1)
2023년 9월 24일
골고다의 십자가와 예수의 수난(마 27:32-37)
광림뉴스레터
▲ 십자가를 멘 예수 그리스도_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이 매달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힘겹게 걷고 있는 장면이다. 엘 그레코의 작품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워 가게 하였더라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하지 아니하시더라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거기 앉아 지키더라 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쓴 죄패를 붙였더라” (마 27:32~37)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하도록 허락한 빌라도 총독은 자기 수하의 병사들에게 예수를 넘겼다. 곧 로마 병사들은 예수를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부대 전체를 모아 놓고, 예수를 조롱하였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예수의 옷은 벗기고 붉은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만든 면류관을 머리에 씌웠으며, 왕의 홀처럼 오른손에 막대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추는 시늉을 하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유대인의 왕, 만세!”
병사들은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고, 막대기로 머리를 때렸다. 실컷 예수를 조롱하던 그들은 다시 겉옷을 벗기고, 본래 그의 옷을 입히고는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갔다. 지칠 대로 지친 예수는 빌라도 총독의 법정이었던 안토니아 요새의 문을 나섰다. 요새 앞에는 예수를 구경하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는 예수의 능력으로 병을 치유받은 사람도 있었고, 예수의 가르침에 믿음으로 그를 따르던 지지자들도 있었다. 또 예수를 반드시 죽이려고 했던 유대 지도자들과 무리도 있는 등 다양한 군중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예수는 자기가 못 박힐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형장(刑場, 사형을 집행하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예수는 힘에 겨워 쓰러지고 말았다. 다시 억지로 일어났지만, 무거운 십자가에 짓눌리며 다시 쓰러졌다. 예수가 일어날 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로마 병사가 군중 속에서 구경하던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에게 말했다.
“네가 저 십자가를 대신 운반하여라.” 시몬은 예수의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예수는 그 십자가를 뒤따라갔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예수의 처절한 모습에, 그를 따르던 모친(母親) 마리아와 그를 따르던 여인들이 슬피 울었다.
그러자 예수가 여인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해 울지 말라.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해 울어라.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날이 올 것이다.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는 복되다!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한 태는 복되다! 젖을 먹인 적 없는 가슴은 복되다!’ 그때에는 너희가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山)에다 대고 ‘우리 위로 무너져 내려라’ 하고 외칠 것이다.”
이는 빌라도 총독 앞에서 대제사장과 유대 지도자들이 ‘예수의 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겪을 무서운 재앙을 예언한 것이다.(이 재앙은 40년 뒤인 기원후 70년, 로마의 장군 티투스 베스파시아누스에 의해 예루살렘이 재함락되는 과정에서 실현되었다.)
형장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눈물로 얼룩진 ‘고난의 길(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이었다. 예루살렘 북쪽 교외의 언덕인 골고다(‘Golgotha’ 해골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라틴어 ‘갈보리/Calvary’라고도 함)는 오래전부터 공개 처형장이었다.
▼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 그리스도_피테르 브뤼헐의 작품